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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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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가장 원초적이고도 기괴한 형태를 마주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기도 했고, 현대 소설은 잘 읽지 않았는데 최근 모순을 읽으면서 관심이 가 읽게 되었다. 구의 증명은 어릴때부터 함께 해 온 연인이 된 구와 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담의 구에 대한 사랑이 어떤 면에서는 혐오스럽고 잔인하게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깊은 슬픔과 애정이 전해져 마음이 아팠다.

”내가 너를 먹을게. 그럼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

소설의 설정은 충격적입니다. 연인 ‘구’의 죽음 이후, ‘담’은 그의 시신을 먹음으로써 그를 자신의 몸 안에 영원히 가두기로 결심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지워버리려 할 때, 우리가 서로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무엇일까요?”

증명되지 못한 삶, 증명하려 했던 사랑

소설 속 ‘구’와 ‘담’의 삶은 비참합니다. 빚에 쫓기고, 공장에서 착취당하며, 사회의 안전망 밖에서 위태롭게 살아갑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대한 벽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비록 그 방식이 기괴하고 처절할지라도, 그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저항이었습니다.


마치며: 남겨진 문장들

책을 덮고 나서도 “행복해지자”는 말보다 “함께 있자”는 말이 더 무겁게 남았습니다.

효율과 성장이 최고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구의 증명》은 우리에게 가장 비효율적이고도 파괴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며 묻습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고.

19p.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거야. 84p. 너와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하겠네 166p.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모아두는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 이 얘기를 담에게 꼭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도 못하고 나는 죽었다”